매월 아르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젠다워커를 소개합니다.
아젠다워커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또 아르케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나눕니다.

아르케 멤버이자 『불화와 연결』, 『어쩌다 유교걸』, 『함께 살 수 있을까』를 쓴
작가이자 인터뷰어인 고은(@goeunk1m)이 아르케 멤버들을 인터뷰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아젠다워커의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월간 아젠다워커는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아침 9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라일락과 찬찬은 은둔고립청년 지원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라일락은 은둔과 고립 청년을 위한 공간 ‘서울 두더집’에서, 찬찬은 사회적 고립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교류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커뮤니티 ‘존재클럽’을 운영한다.

두더집은 같이 밥을 해 먹는다. 식사를 거르거나 부실하게 먹는 경우가 많은 은둔고립청년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평소에는 메뉴도 같이 짜고, 명절에는 명절 음식도 해 먹는다. 존재클럽에 참여하는 이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연결을 경험한다. 편안한 환경속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고 관계 맺을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유다.

2023년 말, 보건복지부에서 은둔고립청년이 약 5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뒤로 관련 기사나 행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끄는 ‘핫’한 청년 의제가 된 것이다. 현장도 그만큼 ‘핫’할까? 현장에 있는 두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뮤니티 만들기와 운동 루틴 지키기

고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라일락  라일락이라는 별명을 쓰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예림이라고 불려요. 은둔고립청년을 만나고 있고요. 이 일을 잘하려면 체력이나 정신력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작년 초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제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취미 중 하나예요.

찬찬  저는 찬찬이라고 하고요. 저도 고립 경험을 한 분들을 만나고 있고, ‘존재클럽’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인 것 같아요. 혼란기였다가 조금씩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단계예요. 이 시기에 들어가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고립청년을 만난다는 게 되게 어려운 일인 것 같거든요.

고은  두 분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찬찬  저는 원래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지순협) 대안대학의 졸업생인데요. 졸업하고 청소년 예술 교육하는 센터와 초등학교에서 일을 했어요. 초등학교에서 일을 하는 게 되게 좋았거든요. 점심도 정말 맛있고요. 4시쯤에 퇴근을 하니까 되게 좋은 루틴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근데 뭔가 슬렁슬렁 사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때 지순협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어서 타이밍 맞게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고립 청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죠.

라일락  지순협에서는 어떻게 이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찬찬  지순협은 원래 대안대학을 운영했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대안대학에 오시는 분들 중에도 여러 방면에서 단절을 경험한 고립청년이라고 볼 수 있는 분들이 계셨던 것 같아요. 대안대학이 문을 닫게 되면서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고립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죠.

라일락  저는 학교에 다닐 때 문제의식이 많던 사람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탈학교를 했고, 그리고 나서 1년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는데요. 그때 읽었던 책이 청소년 인권, 학생 인권에 관한 책들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되게 외롭고,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활동가들을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청소년 인권단체에 직접 찾아가게 됐죠. 18살 때부터 인권옹호 활동을 했죠. 개인적으로는 홈리스 문제나 소외계층 이슈에 마음이 항상 갔었고요. 그런 관심들이 이어져 오다가 이 활동도 하게 됐어요.

고은  자기소개를 하시면서 두 분 다 운동을 중요하게 설명해 주신 게 흥미로운 것 같아요.

찬찬  PT를 거의 1년 정도 받았고요. 3월 말에 저희 사무실 동료들과 '무해런'이라고 쓰레기가 안 나오는 마라톤에 같이 나기로 해서 최근에는 러닝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근데 저한테는 뛰는 게 진짜 좋더라고요.

지금 제 일과 삶에 자기돌봄과 연결된 키워드가 흐르고 있어요. 일하면서 만나는 분들한테는 몸과 마음의 안부를 묻고 스스로를 돌보자는 이야기를 계속하는데요. 저는 그게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의 생활과 마인드에도 그걸 계속 넣고 있는 것 같아요.

라일락  저도 작년에 PT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6개월 정도 하고 그 뒤로는 그냥 헬스장을 다니다가 작년 말부터는 크로스핏을 시작했죠. 크로스핏을 매일 가고 있어요. 아침에 가는데 그제야 하루가 제대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운동하면서 작은 성취를 경험하고, 그 힘으로 또 일을 하고. 순환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힘든 순간마다, 운동하면서 많이 털어내요. 크로스핏은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운동을 하면 되는데요. 이 훈련을 통해 힘든 순간에도 견디는 마음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찬찬  관계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 상황과 기분에 따라 바뀌고 달라지고. 정해진 게 없으니 운동처럼 루틴이 있고 결과가 바로 보이는 걸 하며 충전하는 것 같아요. 변화무쌍한 환경 안에서 무형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주 지치는 일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성취감이 너무 중요한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일은 루틴할 수 없으니까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고은  두 분 다 올해로 활동한 지 3년 차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최근에는 은둔고립청년 이슈가 많이 주목받고 있지만, 처음 시작하셨을 때는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일을 시작하실 때는 어떠셨나요?

찬찬  저희는 큰 사업을 받게 되면서 시작한 거여서, 기간 안에 오픈을 해야 했어요.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몰두해서 진행됐거든요. 제가 들어오자마자 거의 매일 회의하고 회의록 쓰고 회의하고 회의록 쓰고. 그런데 저희 중에 복지 쪽 일을 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고립 청년을 우리가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뭐라고 부를 건지. 대상부터 엄청 디테일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어요.

오픈을 하고 첫 일 년 동안은 이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이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거나, 반대로 생각이나 감정을 아예 표현하지 않는 상황이 저에게는 낯설었거든요. 그동안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엄청나게 확장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라일락  들으면서 되게 공감이 갔어요. 초반에는 매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구르고 배우면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배우는 건 되게 많다는 생각은 들죠. 저희가 최근에 은둔고립청년에게 적합한 일 경험 지원사업을 시작했는데요.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환경이 아직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적합 일자리’라고 하루에 4시간씩 주 세 번 일하는 걸 지원하고 있어요. 시작한 주부터 여러 청년이 면담을 요청했어요. 개인의 트라우마와 관계 이슈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죠. 청년들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고, 필요한 지원을 안내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일이에요.

고은  은둔고립청년을 지원하는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관계에 관한 문제를 잘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을 것도 같아요.

찬찬  라일락 님이 말씀하셨듯이 각자의 상처가 너무 다른데, 그게 언제 어떻게 건드려질지 몰라서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존재클럽은 룰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라운드 룰이라고 해서 프로그램 시작할 때 우리들의 약속에 대해서 같이 나눠요. 개인적으로 번호를 교환하지 않는 거라든지, 그런 안전장치를 최대한 마련해 두는 것 같아요.

고은  두 분은 일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고 계실지도 궁금해요.

라일락  청년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제주도에 리트릿을 다녀오면, 5일 혹은 10일 동안 같이 살고 같이 밥을 해 먹기도 하고요. 서울 두더집에 한 번 오시는 분은 되게 꾸준히 오시는 편이에요. 와서 본인 집처럼 밥도 먹고 소파에 앉아 있기도 하고 같이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그러세요. 처음 오실 때는 힘도 눈빛도 표정도 없으신데, 다른 분들과 교류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되죠. 이 일을 지속하는 힘은 거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고은  어떻게 달라지시나요?

라일락  작년에 오셨던 분 중에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셨지만 실패하신 분이 계셨어요. 은둔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처음 오셨을 때 엄청 마르시고 어깨도 움츠러들어서 계셨어요.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는 분이었고요. 그런데 같이 밥도 해 먹고 제주도도 가고 그러면서, 이 음식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 내용을 ‘혼자서 해 먹는 쉬운 집밥 요리’를 주제로 블로그에 꾸준히 일상을 기록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제안드린 <좋은 생각> 매거진 공모전에 용기 내 응모하셨는데, 수상을 하셨죠. 이후에 글에 자신감이 많이 붙으셨어요.

또 제주도에 가서도 본인은 물에 못 들어간다고 너무 무섭다고 하셨었거든요. 발은 한번 담가보겠다 그러셨었는데요. 다 같이 가서 사람들이 수영하고 그러니까 한번 들어가 볼까, 하신 거예요. 모두가 몸을 받쳐줘서 물에 처음 떠보는 경험을 하셨어요. 그 뒤로 바다에 가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찬찬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고립청년들이 다 너무 달라서 각자의 회복 포인트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지역으로 캠프를 다녀왔어요. 거기가 그렇게 편안한 곳은 아니었어요. 화장실도 멀리 떨어져 있고, 잠은 텐트에서 자야 하고, 설거지도 직접 해야 되고, 자연과 맞붙어 있는 곳이었죠.

저랑 말을 거의 안 해본 분이 계셨는데요. 그분이 거의 30대셨는데 여행이라는 걸 처음 와봤다는 거예요. 캠프에서 한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너무 좋았다고, 여기가 너무 좋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그러셨어요. 그런 순간들이 저에게도 동력이 돼요.

라일락  그런 표현을 하신 분이 있었어요. 은둔을 하고 나오니까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고요. 제주도에 갔을 때 지역 식당에 가서 종종 밥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30대였는데 이렇게 외식하는 게 처음이라고 이야기하셨어요. 집밥 모임 하면서 파스타 같은 걸 해 먹을 때, 이런 음식을 처음 해 먹어본다고 하신 분도 있었고요. 저희한테는 너무 당연한 것들이 이분들한테는 다 새로운 경험인 거예요.

변하는 존재라고 믿기 

고은  이분들의 회복에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라일락  지금 떠오르는 건 같이 기다리는 일인 것 같아요. 되게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거든요. 이 공간에 온 것 자체도 용기를 크게 낸 일이고, 공간에 와서도 위축돼 있거나 어려움을 겪기도 하시는데요. 10년 동안 은둔을 하셔서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끼고 오시는 분도 계세요. 오셔서 계속 우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거죠. 사실 이게 저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고은  라일락 님에게 기다린다는 건 어떤 건가요?

라일락  사람은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기억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살아있는 존재이지만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이분도 변화하는 사람임을 기억하며, 저는 언제든 지원할 수 있는 존재로 곁에 있고 싶어요.

찬찬  공감이 되면서도 되게 멋지신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을 굉장히 일로서 대하려고 하거든요. 그 이면엔 내가 너무 몰두하면 어떡하지, 두려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보호하려고 퇴근하면 연락을 안 받아요. 개인적으로 연말에 놀자, 보자 이렇게 해도 준비가 안 됐으면 안 되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편인 것 같고요. 근데 그게 좀 고민이에요. 이렇게 하는 게 맞는가. 이 사람은 정말 만날 사람이 없어서, 연말에 혼자 보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저한테 얘기를 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라일락  그래도 확실한 건 본인을 잘 돌보고 지켜야 이 일이 지속 가능한 것 같아요.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동료의 존재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찬찬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일하고 있는 팀원 한 분이 계시지만 커뮤니티를 운영하기에는 부족하거든요. 그래도 존재클럽은 멘토단이라고 참여자와 1:1 멘토링을 하는 또래 청년분들이 계세요. 저한테는 그분들도 넓은 의미의 동료예요. 같이 이야기하면서 풀리는 것도 있고 정리되는 것도 있어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으며 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라일락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정말. 저는 약간 사명감을 느끼는 게 있어요. 예전부터 길을 가다가 홈리스 분들을 보면 발걸음이 안 떨어졌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무력한 거예요. 그런 마음이 은둔고립청년을 보면서도 드는 것 같아요. 오래 은둔하신 분을 본 날 밤에는 눈물이 너무 많이 나요. 그러다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또다시 하는 것 같아요.

고은  조금 이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은둔고립청년 의제가 ‘핫’하잖아요. 중앙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도 했고요.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세요?

찬찬  어디에 와서 발표해달라는 초청은 많아진 것 같은데요, 그만큼 참여자가 늘어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고립청년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냐,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많아졌냐, 했을 때도 잘 모르겠어요.

라일락  저희는 고립은둔 의제가 시작됐을 때부터 운영하던 공간이다 보니까 계속 주목을 받아왔던 것 같기는 해요. 초반에는 서울시에서도 지원을 받고 그랬는데요. 그다음 연도부터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이 생긴 거예요. 예를 들어 4년제 이상의 대학 졸업자여야 된다거나, 사회복지 1급 자격증이 있어야 팀장이 될 수 있다거나요. 하지만 저희는 다양한 경험이 있는 활동가 위주의 조직이었기 때문에 시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었죠.

그 뒤로 재단 사업에 의존하게 됐어요. 재단 사업은 사업비는 주는데 인건비를 안 주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상 채용을 할 수 없게 됐고, 외부 자원에만 너무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거예요. 작년부터 제가 CMS 시스템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슈화가 되었음에도 지원하는 구조는 좀 올드한 면이 있죠.

찬찬  진짜 공감합니다. 은둔고립청년 의제로 뭔가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사회복지사가 아닌 경우가 많은데요. 이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엄청 한정적이고, 사업비는 너무 적고 인건비는 더 적어요. 그러니까 일하는 사람은 더 줄 수밖에 없고,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사람이 나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죠. 그런 사업이 잘될 수는 없잖아요.

고은  제가 많은 현장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경기도에서 포럼 열릴 때 사회복지사 한 분이 나오셔서 이슈는 하달되는데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거꾸로 현장 활동가들은 돈이 안 돈다는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라일락  올해 은평구도 은둔고립청년 관련 예산이 다 복지관으로 간 거예요. 근데 복지관에서는 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까 저희한테 자문을 받으러 오거나, 아니면 돈을 줄 테니까 대신해달라고 하기도 해요. 실제 지원현장의 필요를 반영하지 않는 사업구조라고 생각해요.

찬찬  은둔고립 사업이 정부 사업으로 들어가는데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민간단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다른 것 같아요. 의제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방향도 다르고요. 의제는 핫해지지만 다양성과 참여자 목소리까지 이슈가 되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저는 민간기관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아르케를 만나다 

고은  라일락과 찬찬에게 아르케란?

라일락  아르케를 운영하는 두두님께서 서울 두더집에 놀러 오신 적이 있어요. 양손 가득 음료를 가지고 와주셔서 청년들이랑 나눠 마셨죠. 존재클럽 이야기를 저희 청년들과 나눠주셨어요.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감사일기 커뮤니티 땡스클럽을 저와 함께 운영하는 ‘마공’도 아르케 멤버예요. 저에게는 고마운 존재들이 모인 커뮤니티인 거 같아요.

찬찬  서로를 애정 있게 바라보며 응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이곳에서 받은 충만한 에너지와 감정들이 좋은 영향이 되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가고 있다고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