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아르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젠다워커를 소개합니다.
아젠다워커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또 아르케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나눕니다.

월간 아젠다워커 9호와 10호는 이틀에 걸쳐 특별호로 연재됩니다!

: 이번 특별호에는 지난 2024 상반기 시즌 진행된 클럽 <커뮤니티 인터뷰 워크숍>를 통해 엮어낸 아르케 멤버들의 인터뷰를 담습니다.

<커뮤니티 인터뷰 워크숍>은 월간 아젠다워커를 연재하고 있는 고은이 클럽장인 클럽으로, 아르케 멤버들이 서로 짝을 이뤄 상호 인터뷰를 진행하며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가고, 인터뷰라는 방법론에 대해 함께 배웁니다. 고은의 제안으로 클럽에서 만들어진 좋은 이야기를 월간 아젠다워커를 통해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전과 부산, '비수도권 지역'에서 '활동가'라는 직업적 정체성을 갖고 사회 변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신서리, 유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아젠다워커의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월간 아젠다워커는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아침 9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아르케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대한 시간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나는 내년에 지금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커뮤니티 인터뷰 워크숍>은 아르케에 참여하면서 가장 먼저 신청할 것으로 두었다. 

2주간 커뮤니티 인터뷰 워크숍에 모인 멤버들을 알아가고, 인터뷰에 대해 학습했다. 인터뷰 파트너로 신서리 님이 매칭이 되고, 가장 기대한 ‘인터뷰ʼ 시간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 신서리 님과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 태어나서 살던 지역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

- 각자 일하고 있는 조직에서 여성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

- 오래된 K-POP 팬이라는 점

부산과 대전 사이에 선을 이어보고 싶었다. 다른 곳에 있지만 비슷하게 느끼는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유진  지금 활동하고 있는 조직에 대해 안 물어볼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대전참여자치연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신서리  사실 되게 어려운 말이 많이 들어가요. 권력 감시한다고 말하는데, 그 말 자체가 어려운 말이잖아요. 대전 지역의 권력을 감시한다고 보면 되는데, 보통 시청, 구청의 행정과 의정을 감시한다고 보면 되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쪽도 영역에 들어가죠. 그런데 지역 이슈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요.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중앙과 관련된 대통령, 국회, 국정과 연관된 이슈는 알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시에서 예산을 삭감했다, 시장이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는 지역 기자와 활동가만 알고 있을 정도로 주목도가 낮아요. 최근에 우리 활동을 잘 표현한 문장을 가요에서 찾았는데요. '가만히 놔두면 끊임없이 덧나(아웃사이더-외톨이).' 이미 2009년에 아웃사이더가 말했던 문장인데, 너무 딱 맞지 않나요? 감시하는 이유가 제대로 하라고 하는 거잖아요. 아무도 감시하지 않으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너무 쉽고, 지켜봐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죠.

유진  대전에 산 지는 얼마나 되셨고, 지역과 서울 사이에 정착을 고민하는 시기는 없었는지 궁금해요. 

신서리  대전에 산 지 10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늘 지역을 떠나야 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한번은 그 마음을 온전히 되돌아봤던 적이 있는데, 제가 있는 장소가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니었다보니까 평생을 거기에 살아본 적이 없는 거죠. 하루도 살아본 적이 없는 거죠. 근데 그거에 대한 약간 갈망이 엄청 큰 나머지 내가 기반으로 있는 장소를 계속 부정하며 살았다라는 생각을 좀 했어요. 그리고는 ‘대전에서 계속 살아봐야겠다ʼ는 마음을 먹은 다음에 약간 불안이 해소되는 그런 면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전까지 학교에 다니던, 일을 하든 간에 ‘언젠가는 서울로 가야지ʼ라는 마음을 갖고 살았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여기서의 어떤 나의 입지나 어떤 관계라든가 여기서 쌓아놓은 수많은 것들이 있을 텐데도 그거에 대해 늘 불안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유진  저는 지망하던 일이 '미디어' 쪽이다 보니 관련 일이 많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어요. 그러다 부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조직을 만나게 되면서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어 안도했었는데요. 신서리 님은 어떻게 대전에 정착하게 되셨나요?

신서리  제가 코로나 시기에 졸업식이 있어서 아예 졸업식을 못 하게 됐어요. 학사모를 쓰는 로망이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일단 취업을 어떻게든 하려고 자취방이 대전에 있는 와중이었는데도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갔었거든요. 그런데 잘 안됐었고, 그러다가 대전시에서 이례적으로 젠더 관련 청년 활동가를 양성하는 일자리 사업을 진행했어요. 시에서 단체로 인력 파견 보내듯이 해서 매칭을 해주는 형식이었는데, 그렇게 해서 여성인권운동단체 ‘여성인권 티움ʼ에 들어가게 됐어요. 거기에서 많이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이 있었고, 그러다가 다른 사기업도 갔었어요. 대전에 있는 대행사. 거기는 1년을 못 채웠어요. 고강도, 저임금 3D 업계였어요. 그러고는 ‘아 이제 진짜 서울에 가야겠다ʼ라는 생각을 했죠. 대전에서 2개 다 경험을 해봤는데,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검색광고, 마케터 관련해서 민간 자격증이 있어서 한번 도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취업 준비의 시간을 가졌어요. 근데 국비 지원 학원을 다니려고 신청을 했는데 떨어진 거예요. ʼ다시 뭐하지?ʼ 하고 둘러보다가 또다시 일자리 지원 사업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지금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ʼ에 가게 된 거죠.

유진  정말 많은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오게 됐네요. 

신서리  그런데 여기(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확실히 재밌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오면서 '띠모크라시'를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LH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하면서 2년은 이곳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주거 안정이 이렇게나 중요하답니다.
그렇게 입사하고 2개월쯤인가, 3개월쯤에 정규직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나도 재미있고, 집도 대전에서 계속 살아야 하니 그만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렇게 되었죠. 입사가 22년 4월이니까 만 2년이 넘었네요. 결과적으로 또 지역에 남아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신기해요.  

유진  대전에 정착해서 안정기에 조금씩 들어서면서 여기에서 가지게 된 시선이나 감각이 있을까요?

신서리  서울에 있다가 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정체성 중에 ‘지역 사람이다ʼ라는 게 확실히 내재되어 있는데요. 서울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서울이 디폴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거 아직도 기억하는 게 있는데, 활동가 대회 같은 게 있었어요. ‘지역 활동ʼ과 관련된 세션을 듣게 되었는데, ‘탈서울을 하고 지역 활동가가 된 과정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어요. 그 자리는 ‘탈서울ʼ이라는 경험이 있는 사람끼리만 지역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어서 정작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가 같이 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저를 소개할 때 앞에 항상 “대전에 살고 있다ˮ고 먼저 말하는 편이에요. 지역에도 운동이 있고, 활동가가 있고 사람이 살고 있다! 나라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저만의 작은 운동이에요.

유진  여러 취업 시도 과정에서 지원했던 곳 중에 시민사회단체가 많았는데요. 시민사회 영역으로 지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신서리  일단 저한테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엄청 엄청 큰 일이었는데, 제가 대학 다니던 때에 그 일이 있었고, 그때 이후로 페미니즘 리부트가 시작됐잖아요. 제가 그걸 진짜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그 이후로 계속 저의 화두였던 것 같아요.

대학생 때 평화나비라는 동아리를 했는데, 위안부 피해자를 전쟁의 피해자에서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바라보게 되었고, 내 주변에 엄마, 할머니, 또 어떤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시 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취업할 시기에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되게 고민을 했었고, 일자리 공고를 보는데 여성인권운동단체 ‘여성인권 티움ʼ이 눈에 띈 거죠. 거기에서 7개월 정도 일했었고, 기자회견부터 1인 시위…그런 운동적인 걸 경험했었어요.

유진  지금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죠? 지역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일을 하는 '여담'이라는 프로젝트 팀도 운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하고 있나요?

신서리  제가 스스로한테 ‘맨날 돈 안 되는 거에 관심을 가진다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여담을 운동하는 느낌으로 하기도 해요. 멤버들은 꼭 운동 측면에서 하는 것만은 아니겠지만요.

일단 시작은 학과 30주년 행사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 여자 선배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서 시작되었는데요.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 여자 선배를 많이 봤는데, 이 자리에 오는 사람은 다 남자였어요. 그 지점이 너무 이상했고, 그 지점을 여성 교수님도 짚어주셨어요. '왜 여성 선배들은 이런 자리에 오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이어져서 '지역에 여성들은 왜 잘 보이지 않을까?'로 이어졌고, 30주년 행사에서 마이크를 쥐고 한마디씩 하는 남자 선배를 보면서 '저 마이크를 내가 가져다가 여자 선배들에게 직접 쥐여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고 시간이 흘러서 후배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나는 지역에 있는 여성들 인터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ˮ고 이야기를 했고, 후배들의 호응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청년 커뮤니티 지원사업을 통해서 3명을 인터뷰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게 됐고, 그해에 진행을 했어요.

지원사업이 끝나고도 그다음 해, 그다음 해도 인터뷰가 이뤄졌어요. 그런데 영상 콘텐츠로 내는 방식은 품도 많이 들고, 인건비를 줄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보니 제작은 쉬고 있는 상태인데, 작년부터는 모임을 열고 모임 중심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여담은 저에게 하기 어려운 걸 실험해 보고, 배운 걸 적용하면서 에너지를 받는 곳이에요. 활동가가 직업이긴 하지만 제가 소속되어 있는 곳에 메인 의제가 여성 의제는 아니기 때문에 그 관점을 여담에서는 녹여낼 수 있고, 밤늦게까지 작업을 해도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요.

유진  앞으로 또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신서리  저는 항상 그런 게 많은데요. 제가 아르케 웰컴데이에서 뭘 좋아하냐고 뭐 이런 걸 적는 게 있었는데 새로운 일 기획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나? 새로운 거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나? 이런 말을 썼었거든요. 근데 요즘에 제가 하고 싶다고 하고 다니는 거는 일단 ʼ불효녀 축제ʼ를 하고 싶은데요.

유진  이름부터 파격적인데요? 

신서리  대전에 ‘뿌리공원ʼ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축제를 하면 진짜 재밌겠다!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처녀 귀신 컨셉으로 공원에 모여서 파티를 하고, K-딸들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거든요. 불효녀에 꽃을 더해서 ‘불(꽃)효녀ʼ축제로 반감을 덜어내고, 실제 내용은 가족 안에 여성들이 고통받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로 기획을 하는거죠. 대전에 ‘효문화진흥원ʼ이 있어요. 그런 단체와도 소통해서 함께하고… 대전에서만 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유진  기발하고 상상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아요. 개최되면 K-딸로서 꼭 참여할게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올해 한정'으로 내 주요 키워드는 뭐가 될 것 같은지를 예상해 본다면 뭐가 있을까요?

신서리  '새로운 움직임?' 올해 들어서 특히 여성단체 예산이 많이 삭감되고, 여성 단체가 힘을 많이 못 쓰고 있어요. 대전에 있는 센터도 사라지고, 거기에서 일하던 활동가들이 실업자가 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또 모여서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있어요. 제가 여성 운동을 너무 응원하는 입장인데, 이런 어려움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