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아르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젠다워커를 소개합니다.
아젠다워커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또 아르케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나눕니다.

아르케 멤버이자 『불화와 연결』, 『어쩌다 유교걸』, 『함께 살 수 있을까』를 쓴
작가이자 인터뷰어인 고은(@goeunk1m)이 아르케 멤버들을 인터뷰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아젠다워커의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월간 아젠다워커는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아침 9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토와 재찬은 이제 갓 출판계에 발을 들인 편집자다. 영상이나 잡지가 아니라 책을 다룬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타고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 15만이 들렀지만, 출판계 불황은 여전하다. 출판계는 십 년 넘게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단다. 이런 상황에도 출판계로 진출하는 젊은 편집자들이 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서 뛰어든다.

편집자는 영화감독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아무도 영화감독을 영화의 엑스트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화감독은 주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런데 방토와 재찬은 자꾸만 자신의 역할이 단역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고 했다. 초년생 편집자는 처음 맛보는 출판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동시에 출판계의 불황과 구조의 모순에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젊은 편집자 방토와 재찬은 충만함과 당혹감, 자부심과 자괴감 사이에서 길을 잃는 중이다.

편집자는 편집만 하지 않는다

고은  안녕하세요. 두 분께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방토  제가 먼저 할까요? 저는 방토이고요. 2년 차 편집자입니다. 웹소설 PD로 편집 일을 시작했고요. 올해 중순에 어린이 책으로 옮겼어요.

재찬  안녕하세요. 올해 초까지 인문교양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일을 했었고요. 잠깐 외주 작업한 것까지 1년 정도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고은  제가 작가 친구가 별로 없다 보니, 다른 작가들의 생활이 궁금해서 웹소설 작가 브이로그를 종종 보는데요. 웹소설 작가님들이 편집자님 얘기를 되게 자주 하시더라고요. 설정 오류 같은 걸 섬세하게 짚어주신다고, 편집자님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냐 하는 이야기를 많이 봤어요.

방토  아무래도 장르를 다루다 보니까 설정이 틀어지면 큰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는 분야이다 보니 단행본을 내는 것과 다른 것 같아요. 반응 때문에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불같이 ‘이건 아니지 않냐’고 하면 저희도 어쩔 수 없잖아요. 작가님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시죠. 매일 마감을 친다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고은  편집자 선생님들마다 스타일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재찬 님은 어떤 스타일이었어요?

재찬  제가 다녔던 출판사의 저자분들은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관계를 맺는다는 느낌보다는 의전하는 거에 가까웠죠. 사실 이게 많은 편집자들의 고충이에요. 아르케 안에서도 그렇고 친구들 만나도 그렇고 ‘와, 멋진 직업이다.’ 하는데요. 온전히 작업하는 시간은 대부분 퇴근 이후에요. 편집 외에도 작업들이 많아요. 좋게 말하면 팔방미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매니저 겸 편집자인 거죠.

제가 담당했던 작가님은 책이 나오고 관심을 많이 받으셔서, 방송 출연 일정 같은 걸 다 조율하고 맨날 따라다녔어요. 유튜브 촬영하는 데 가서 말동무 해드리고요. 그 저자분에게 저는 뭐였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퇴사한다고 얘기했을 때 그분이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방토  문학은 작가 관리가 중요한 분야 같아요. 작가님이 전시회를 하시거나 강연하시면 동행하는 일이 잦아요. 그런 일들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고요.

고은  헉, 그렇군요. 출판 편집자에게 편집만큼, 어쩌면 편집보다 품을 더 많이 들여야 하는 일들이 있네요. 책이 만들어는 과정에서 다양한 레이어가 쌓이는군요.

재찬  출판 공부하면서 책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책을 자기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인상 깊게 들었었어요. 이 세상에 어떤 상품도 그 정도의 애정과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때는 되게 좋게 들렸는데, 실제로는 상충하는 이해관계가 너무 많은 거더라고요.

방토  정말 모두가 책이 자기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쓴 저자도, 만드는 편집자와 디자이너도, 판매하는 마케터도. 모두가 자기 책이라고 여기는 게 늘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고은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편집자에게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은 뭔 것 같으세요?

방토  제 연차에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과 있을 때 얼마나 지치지 않을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이 많은 관계들 안에서 나의 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가. 회사에서 관리하는 저자분들도 만나야 하고 선배들, 마케팅 팀, 디자인 팀과도 관계를 맺어야 하니까요. 지치지 않고 사람과 얼마나 섞여 있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재찬  방토 님이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제가 그런 부분에서 아주 힘들었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이걸 하는 분들은 다 이게 좋아서 시작하신 분들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또래 친구들 만나서는 “나 이렇게까지 책을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라고 얘기하세요. 그 마음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건 업계의 문제이기도 하죠. 갈려 나가기도 하고, 현실적인 부분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동시에 냉소하지 않고 이게 그래도 의미가 있지, 하기도 해야 돼요. 그 균형을 잡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자괴감과 자부심 사이에서

방토  항상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내가 이렇게까지 이걸 해야 되는 이유가 뭐지?’ 어느 직장인이나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여기 업계가 그걸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어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출판이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 일이고, 그걸 내가 실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데 계속 좌절이 되면 엄청 힘들죠. 책이 계속 안 팔리기도 하고요.

재찬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이게 이런 의미가 있어, 무장을 해서 설득하고 싸워서 세상에 딱 나왔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 그러면 진이 다 빠지는 거죠.

방토  ‘이 책은 잘 팔릴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세상에 내놔도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올초까지는 내가 대중성이 부족한가, 생각했는데요. 요즘은 다르게 생각하려고 해요. 어떤 책을 내놔도 잘 안 팔려요. 책을 사는 사람이 소수예요. 3천 부 팔리면 정말 잘 팔린 거예요. 파이가 작은 시장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봐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이건 제가 직원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겠죠.

재찬  대부분 출판사가 잘 팔리는 책으로 다른 책들에서 난 적자를 메꿔요. 그러다 보니까 절박함 같은 게 있어서, 저는 그것도 힘들었어요. 베스트셀러에 대해서는 방토의 얘기에 완전히 공감해요. 사실 베스트셀러는 책의 성격보다도 마케팅의 영역이라고 봐요. 광고비를 얼마나 집행할 수 있느냐, 노출을 얼마나 높이고 얼마나 자극적으로 보여주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아리송해지는 거죠. 내가 봐도 SNS에 올라온 게시글이 이상한데. 심지어 책을 잘 수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글인데 좋아요 몇 만이 눌려있고, 온라인 서점 들어가면 순위권에 올라와 있고. ‘나는 안 되나보다.’ 싶죠.

방토  맞아요. 진짜 저렇게 돼요. ‘이게 된다고? 난 안 되나보다.’ 저는 회사가 책을 잘 팔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걸 긍정적으로 보거든요. 일단 마케팅비를 댈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 그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런 것들을 보면서 책 콘텐츠 자체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운 시장이구나, 계속 체감하게 돼요.

고은  편집자가 되면 어떤 일을 할 거라고 기대하시기도 하셨나요? 막상 해보니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방토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책을 찾아서 만들고 싶었어요.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죠. 실제로도 원하던 이야기를 찾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한눈에 좋은 원고는 거의 없어요. 대신 원고를 보는 과정 안에서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되게 재밌어요. 원고를 보다가 어느 순간 ‘이런 이야기였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요.

재찬  저는 제 기대가 착각이었다는 걸 확인했던 것 같아요. 동료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회사라는 조직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또 그때는 저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다 보니까 타인에게도 기준도 높아져서 자꾸 실망하는 거예요. 원고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얘기해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사분들은 팔릴 만한 구석을 찾으니까요. 그래서 일을 계속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반대로 출판계에 가겠다고 했을 때까지는 책이라는 물건 자체에 애정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열악한 상황이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책을 딱 잡으면 기쁘더라고요. 너무 다니기 싫고 효능감도 못 느끼고 있었음에도 책 가제본을 받았을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요.

방토  물성이 주는 기쁨이 있죠. 그냥 ‘책’(이라는 물건)일뿐인데, 기쁨이 있어요. 그걸 하고 싶어서 웹소설에서 어린이책으로 옮겨오기도 했어요.

재찬  사실 독자들은 거의 펼쳐보지 않는 판권면을 가면 책임 편집이 누구인지 적혀 있어요.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 좋아요. 요새도 제가 다녔던 회사나 제 친구가 편집자로 있는 출판사 책을 보면 꼭 거기를 봐요. 뭔가 연결되는 감각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

방토  맞아요. 되게 별거 아닌데. 그런데 책임자가 된다는 게 조금 폭력적이지 않냐고 하시는 경우도 있대요. 가끔 출판사에 전화해서 담당 편집자 이름을 대며 뭐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서, 편집부 이름을 기재하지 않는 곳도 있고요. 그래도 저는 이름이 나오는 게 좋더라고요.

재찬  민원이 생기는 순간은 되게 힘들지만, 잘 팔릴수록 그런 순간이 많아지잖아요.

방토  반응이 돌아온다는 게 되게 좋은 일이거든요. 잘 팔려야지 그런 CS가 오는 거지, 아무도 안 읽으면 그 책이 세상에 나왔는지 누가 알겠어요?

주연과 단역 사이에서

고은  작가만 반응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편집자도 기다리는군요. 

방토  너무너무 기다리죠. 너무너무 기다리는데 응답이 없는 매체여서 힘들 때가 있는 거죠. 책은 메시지를 세상에 보내는 일이잖아요. 재미없었다고 해도 괜찮으니까 답장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면 이게 읽히기는 한 건지, 뭐 어떻게 되기는 한 건지.... 책은 제가 올해 낸다고 사람들이 올해 읽는 게 아니거든요. 언제 읽힐지 가늠할 수 없어요.

고은  두 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운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아직 한 번도 2쇄를 찍은 적이 없고, 안 팔리는 작가인데도 편집자 선생님들과 계속 같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의 편집자 선생님들이 부장님들이라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요.

방토  물론 부장님이라 가능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그렇게 일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상업적 기준에 맞지 않아도 자신의 가치 기준에 따라 책을 내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출판인들이 계속 유입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저희 연차로는 조금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그걸 하려고 바득바득 남아 계시는 분도 계세요.

재찬  전 공감해요. 방토 님 얘기처럼 그렇게 책을 내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 유지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시장성만 보고, 그러니까 사업을 해서 대박 나야지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려면 부동산 하시는 게 훨씬 나으실 거예요.

방토  부자가 되려고 이걸 하는 사람은 없죠. 알라딘 신간을 보면 도대체 누가 이런 기획을 해서 세상에 내놓은 거야, 하는 책들이 있어요. 좋은 책이 계속 나온다는 거는 진짜 감사한 일이에요. 그런 책들 덕분에 저도 출판계에 있는 거죠.

고은  재찬 님은 다시 출판계에서 일하실 생각이 있으세요?

재찬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편집자 일을 하면서 단역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한강 작가처럼은 당연히 못 되겠지만, 조연 정도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 얘기를 출판하는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가 그렇게 얘기할 걸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편집자 역할이 주인공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하는 거라면서요.

방토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재찬 님과 되게 비슷한 감각인 것 같아요. 저는 글 뒤에 있는 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게 답답하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서 고민이에요.

재찬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이걸 내 거라고 생각하면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견디기가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어 보도자료를 쓰는데, 보도자료가 진짜 힘들거든요. 길어야 A4로 두세 장밖에 안 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걸 수용하는 게 힘들죠. 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주도적으로 하기가 어렵고, 주도적으로 하면 융통성 있게 하기가 어렵고요. 밸런스를 잡아야 되는데 그게 힘들었어요.

방토  저 지금 얘기를 하면서 약간 깨달았어요. 웹소설 PD는 거의 1인 작업이기 때문에 혼자 결정하고 작업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달리 여러 과정을 거치고 여러 의견과 타협해야 해요. 그 사이에서 제 의견이 수용되지 않을 때 길을 잃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약간 자만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원고를 열심히 봤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읽어낸 방향과 다른 길로 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괴로운 거예요. 하지만 그 책의 책임 편집자는 저잖아요. 여기서 괴리가 생기죠.

재찬  진짜 모순적인 게, 전부 다 수용하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도 그걸 원하지 않아요.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대표가 모든 원고를 담당자만큼 읽을 수 없으니까, 편집자가 고집을 안 가지면 진짜 산으로 가요. 배가 나중에는 허공에 막 떠다녀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안 읽은 것 같은데, 그게 느껴져요. 저는 실제로 들어오기까지는 몰랐는데, 편집자가 일종의 영화감독 같은 역할이에요.

방토  감독이 맞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감독만큼의 권한은 사실 없어요. 책을 만드는 내내 시장성이 없다거나, 마이너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일단 내기로 했다면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이 원고가 가야 할 방향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요.

아르케를 만나다 

고은 출판 편집자, 방토와 재찬에게 아르케란 어떤 곳인가요? 

방토  아르케는 늘 비슷한 곳과 비슷한 사람만 만나는 저에게 더 넓은 세상과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장소예요. 어떤 위협도 없이 저를 받아줄 공간이라고 믿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공간에 충실하지 못한 제가 스스로 부채감을 가지게 되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런 부채감은 갖다버리라고 말해줄 곳이기도 하네요.

재찬  저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아르케를 알고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겁이 많고 자꾸 주저하는 성격이라 함께 하기 전에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아르케에서 즐겁고 충만한 시간을 보냈고,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자주 느꼈어요. 최근 읽은 책의 한 문장을 인용해 표현하면 ‘결국 우선 서로 마주치며 상호 관계를 형성할 때 희망’이 생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달까요.